한전 vs 현대건설의 비교를 통해 보는 원전 건설사업의 구조와 수익성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일부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원전을 짓는 일은 국가 에너지 안보뿐 아니라, 수십조 원이 오가는 글로벌 산업입니다. 그런데 이 원전 건설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는 과연 어떻게 작동할까요? 한국의 대표적인 두 기업, 한국전력공사와 현대건설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전을 짓는 방식은 다르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발전소 운영과 수출 모두를 아우르는 공기업입니다. 2009년, 한전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총 20조 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 수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4기의 원자로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였죠. 반면 현대건설은 시공 중심의 민간 기업으로, 2024년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설계 계약을 수주하며 15년 만에 해외 원전 사업에 다시 발을 들였습니다.
이 두 프로젝트 모두 원전 수주라는 공통점을 갖지만, 접근 방식은 다릅니다. 한전은 전력 구매와 판매, 송배전, 발전소 운영까지 포괄하는 종합 에너지 사업자로서 전체 사업 구조를 통제하는 반면, 현대건설은 건설과 시공을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같은 '원전'이라는 단어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손의 모양은 다릅니다.
시간은 돈이자 신뢰다
건설 기간을 보겠습니다. 바라카 원전은 원래 2017년 준공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2021년에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특성상 수년의 지연은 흔하지만, 그만큼 비용 부담도 큽니다. 한전은 전력 공급 안정성까지 고려한 복합적인 변수에 대응하며 일정을 조율해야 했습니다.
반면 현대건설은 과거 바라카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당시 일정 준수 능력으로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번 불가리아 프로젝트에서도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원자력 같은 대형 정부단위 프로젝트에서 ‘시간’은 공사비용 이전에 평판이라는 자산으로 작용합니다.
우리의 경우로 생각해보면, 대통령의 집권 초기에 안을 만들고 건설사업을 시작했을 때, 그는 자신의 재임기간내에 완공되는 것을 선호할 것입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현대 정치의 현실입니다.
수익률
사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성입니다. 한전은 바라카 프로젝트에서 초기에는 약 10%의 이익률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0.32%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공기 지연, 예상 외 비용 증가, 수익 배분 구조 등이 원인이었습니다. 공기업이라는 특성상 수익 극대화보다는 안정성과 국제 협력을 우선시해야 하는 입장도 작용했죠.
현대건설은 최근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5년을 기점으로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 회복을 목표로 설정하며 원전 수주를 수익성 회복의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사업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됩니다. 같은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릅니다.
사업보다 큰 생태계
이처럼 원전 건설사업은 단순한 공사가 아닙니다. 한전처럼 정책·외교·에너지 전략까지 모두 아우르는 구조가 있고, 현대건설처럼 기술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수주에 집중하는 구조도 있습니다.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공정 지연, 현지 정치 상황, 원자재 가격, 인력 문제 등 다양한 변수가 이익률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습니다. 원전 건설은 단기간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신뢰와 기술 투자,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요한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한전과 현대건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의 성과는 단지 기업의 수익을 넘어서 우리나라 에너지 기술의 위상을 반영하는 지표가 됩니다.
원자력 건설사업을 이해하려면, 기술력만이 아닌 리스크 관리, 프로젝트 운영 경험, 국가 간 신뢰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이 두 기업의 사례는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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